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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24 ] [이원창 컬럼] 아내 사랑해요? 정말?

이 선생님 부인, 몹시 아프다... 아니, 아프다기 보다는 , 아픔을 못 느낄만큼 그 감각조차도 거진 다 잃으신 것 같다.


십 년도 넘었다고 한다.
매 주,아는 척 인사를 해도 모르신다.
그 얼굴에 웃음은 띄우시지만 좀은 어색하다.
전혀 알아보지 못하시는 것 같다.
더욱 더 심해진 치매증세.

일요일 오후 1시, 한 15분 전.
아내 옆에 팔을 꼭 끼고 3 살된 아이를 품에 안듯이
부축하면서 천천히 걸어오신다.
지난 번 앉아계실 때 보니, 부인 몸이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더니 그대로 쓰러지셨다.
스스로 몸의 중심을 못 잡으시니까
혼자서 일어나 잘 걷지도 못하시고,
화장실, 역시 혼자 가시기는 어려운 것 같다.
또 거기 가서는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
매일 매일 하는 일들; 생각하고 움직이는 기능을 다 잃으신건지?
돌보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해도 그 순간 뿐.
하루 종일 그가 직접 돌봐야만 할 것 같다.

이미 십 수년 전부터 그런 기미를 보이셨다고 한다.
처음엔 그런줄도 모르시고,
아내에게 화를 내고, 막무가내로 대했지만,
어느 날 "아하, 그렇구나" 하고 치매증세를 비로서 알게되었다고.
"왜 그런 고통을 주셨는가? "하고 원망도 좌절도 많이 했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더 깊은 고뇌 속에 빠지게 되었지만
점차 아내를 이해하게 되면서 고통은 오히려
더 깊은 사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면서 허허 웃으신다.

연 초에 나온 프랜치 영화 "아모르";
피아노 선생이었던 아내, 치매로 결국 쓰러졌다.
병세가 심해져 본인의 배설물 조차도 스스로 치우지 못하게 되자
그토록 간병했던 남편, 아내를 배게밑에 놓고
질식사 시켰다.
왜? ...
아내의 최소한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서?
물론 극단적인 케이스이다.
절대 그렇게까지 가서는 안되겠지.

닥터 리, 그는 50 년전 컴퓨터 사이언스로 학위를 마친 후
버클리에서 오래 가르치셨다.
가끔 집으로 북클럽 친구들 초대하곤했다.
오늘도 각 자 준비해온 음식들. 주특기(?)가 있지.
코로 스며드는 섬세한 손 맛! 따뜻함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 단정하게 앉아있는 미세스 리.
늘 그렇듯 목에는 헹크치프를 걸고있었다.
서로 조용히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연신 아내를 바라보며
수저를 들어주신다. 흐르는 침도 닦아주시면서.
그래도 화장실 따라들어가 뒷일 쳉기시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시지.

"라이프 오브 파이", 이 번 달에 선정된 책이다.
오늘은 책 보다는 그 영화를 준비해 주셨다고.
앙 리 중국계 감독이 만들어 작년 오스카 수상했던 작품.
46 인치 스크린이 열리면서 사진에 본
인도 소년이 푸른 바다 목단배에 얼굴을 내민다.
"아니 사모님은 어떻게?"
"산책갔어요. 아까 그 분하고"
"그 분이라면, 가정부 말씀이세요?"
아, 가정부가 아니고 통가에서 오신 감리교 목사님.
지금 샌프란시스코 세미나리에서 박사과정 중이시고.
저희 집에 와서 일한지도 벌써 4 년이 되었지요."...


밤이 깊어졌다. 이제 일어서야지.
문득 드는 생각:
"아내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매일 TV에서 그 친구가 묻는 질문이다.
이 선생님과 나의 대답은 다르다.
그 차원이 다르지.....
"안 당해보면 몰라...."
"아내 , 정말 사랑하는 걸까, 정말?...
당해보면 안다.


이원창 열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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