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 비방, 광고, 도배질 글은 임의로 삭제됩니다.

시 | 시조시인 송운 현원영 박사님 영전에

페이지 정보

지가람

본문

고 철학박사 송운 현원영 시인님 영전에


지난달 비바람에 송화분 날리시더니
어머니날 하루 지나 끝내 먼길 가시다니
시조를 만나시면 마냥 소녀처럼 반기신 님

세 걸음 네 걸음을 지팡이와 걸으시며
아이마냥 천진스레 읊으시던 꾀꼬리
나비야 청산 가자시던 목련이여 배꽃이여

모국어 다 잊으셨대도 열두 가락 놓을실 젠
온 하늘 별 뒤적이시며 보물찾기 하시듯 해
부군님 병 나겠다시는 성화까지 들으신 님

솔 같으신 그 부군님 떠나신 길 가졌으니
성화 이제 들으실 날 영원무궁 하실듯
시조를 마냥 즐기소서 여기처럼 두 분이

쟁반에 옥 고르듯 전화선을 울린 말씀
늦게 만나 어려워도 신이 절로 난다시며
세상에 시조 전령사로 다짐함꼐 나서신 님

명색이 한국pen인데 '시조'의 상 없는 것에
사재 들여 세웠셨지 송운현원영 시조문학상
<시생>엔 선친을 기려 현석주 아동문학상도

서울여대는 미주 한인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심에 명예 문학박사 학위 드리고
교정엔 긴힛단 그츠리잇가 웅장한 시비 세웠지요

왜 말을 비틀어요 낯설기는 또 뭐예요
구를 이룬 말들이 뜻을 펴는 장에 들면
늦깎기 설움을 쏟으시며 시집 살듯 하셨던 님

시조마당 삼연회 터를 닦던 그 날도
우리 것 대한 정신 함께 찾자 하시던
열여덟 소녀이셨지요 시조의 꽃 막 피는

손녀 영지 영미를 자랑스러워 하신 끝에
가족 이름 시조 쓰기 앞 서시며 하신 말씀
시조가 생활화 될 수 있는 걸음 중에 첫 보라고

청소년들 시조 쓰는 운동을 위하여
재단 얘기 하실무렵 찾아 온 녹내장
한 쪽 눈 안 보이신다며 울음을 깨무신 님

별빛 같은 두 눈이 어둡기 시작하자
시회에 들고오신 돋보기도 시원찮아
옆자리 부군님께서 읽으셨네 조근조근

그래도 한 눈 보여 다행이시란 말씀이
간신히 전화기를 붙들무렵 귀마저 멀어
아직은 외울 순 있다시며 외려 위로 하셨네

그 다음 시회에는 외우고 오신 시조
학예회 소녀처럼 은은히도 읊으셨지
훈풍에 풍경소리가 파란 하늘 펼치듯

집 뜰에 찾아 온 사슴 가족 이야기
부부처럼 마주 선 목련나무 소식도
한 식구 되신양 다정스레 소소하게 들려주시고

며느님 피아노 연주, 아드님 학회 근황도
만나신 친구들에 시조 자랑 이야기도
삼장에 소롯이* 담으시어 배달부도 바쁘셨던 님

때때로 통화중 "대디 대디" 부르셔서
일흔 훨 넘으셔도 아버님이 계시다니
참 복도 많으시다는 말에 웃으시다 들려주셨네

부부 서로 여보 하니 아드님도 따라 해서
당신께서 남편에게 '대디'라 부르고서
그때사 아빠보고서 '대디'라고 했단 것도

하버드 스탠포드 두군데 다 합격한 뒤
부모 슬하 못 떠나 곁에서 공부하여
아버지 이어 의사 아드님 참 고맙다 하신 님

그 아드님 좋아하는 강아지가 성견이 되자
겁이 나서 장갑 끼고 막대기로 만지시다
떠난 뒤  안스러워셨단 님 맨손으로 못 대한 게

시부님 서화로 시조집을 꾸미시며
집안의 사랑과 유학 생활 이야기도
보물을 다루시듯이 하나 하나 챙기신 님

서울의 지하철 승강문에 기대서셔서
오가는 발길마다 만단정회 이르신 님
'인생'은'만추'이듯이 '만추'는 곧 '인생'이라

긴힛단 그츠릿가 지연 문연 인연 그 정
선생님 부디 부디 안녕히 가옵소서
삼연회 우리시조마당 걱정 마시고 편히 쉬소서

2023.5.10

삼가 


*북가주 산 안젤모에 거주하시던 철학박사이시며 문학박이신
시인 송운 현원영 선생님께서 향년 94수를 일기로 지난 5월9일 타계하셨습니다..

작성일2023-05-12 21:43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문학 / 미술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9 <시조> 시편 2 인기글 지가람 2024-03-01 1631
78 친구 인기글 지가람 2024-02-02 1859
77 <시조> 시편 .1 인기글 지가람 2024-01-14 2336
76 <시조> 담마빠다(법구경) 25-30 인기글 지가람 2023-12-11 2721
75 <시조> 담마빠다(법구경) 19 -24 인기글 지가람 2023-11-13 3103
74 <시조> 담마빠다(법구경) 13-18 인기글 지가람 2023-10-30 3114
73 <시조> 겸손... 인기글 지가람 2023-10-11 3456
72 <시조> 추분 인기글 지가람 2023-09-29 3465
71 <시조> 각자도생* 인기글 지가람 2023-09-16 3354
70 시조번안 담마빠다(법구경 7-12) 인기글 지가람 2023-09-06 3556
69 시조번안 : 담마빠다 (법구경1-6) 인기글 지가람 2023-08-08 3883
68 다시 호박 밭 인기글 지가람 2023-07-02 4212
열람중 시조시인 송운 현원영 박사님 영전에 인기글 지가람 2023-05-12 4793
66 <시조> 모르잖아 5 인기글 지가람 2023-05-01 4808
65 모르잖아 4 인기글 지가람 2023-04-08 5196
64 <시조>모르잖아 3 인기글 지가람 2023-03-16 5546
63 <시조> 삼일절 104돌 유감 인기글 지가람 2023-03-02 5549
62 정월대보름 인기글 지가람 2023-02-05 5939
61 < 시조 >백합꽃은 비에 젖지 않는다 인기글 지가람 2023-01-06 6050
60 아,조국 2022.11.30 인기글 지가람 2022-12-23 6641
59 축구 인기글 지가람 2022-12-07 6615
58 만추 특별 대 사은 잔치 인기글 지가람 2022-11-22 6814
57 <시조> 봉화・이태원 그리고 모스 랜딩 인기글 지가람 2022-11-12 6881
56 씻김굿 인기글 지가람 2022-11-02 6764
55 <시조>시금 詩琴 유봉희 인기글 지가람 2022-10-19 7113
54 모스 랜딩 Moss Landing 그럼에도불구하고 2 인기글 지가람 2022-10-15 7008
53 모스 랜딩, 그럼에도불구하고 인기글 지가람 2022-10-05 7115
52 별 말씀 인기글 지가람 2022-09-17 7395
51 아름다운 Retro 를 위하여 인기글 지가람 2022-08-25 7660
50 <시조> I CAN SEE YOU 인기글 지가람 2022-08-06 7527
게시물 검색
* 본 게시판의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